인터스텔라 시, 딜런 토마스_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아래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열을 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브랜드 박사가 평소 암송하던 이 시구절은 멸망의 운명 앞에 놓인 인류가 자신의 운명 앞에 당당하게 맞서서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여”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류의 자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몸부림쳐야한다라고 읽혀집니다.
여기서 빛이 꺼져감은 인류의 멸망 위기(먼지 폭풍, 식량자원의 감소)가 태양의 이상현상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게끔 하네요.
영화에서는 인류 멸망의 위기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탈출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미션은 두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플랜A - 많은 수의 인류를 지구를 떠나 우주정거장에서 머물면서 새로운 거주가능 행성으로 이주해간다.
플랜 B - 플랜A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인류의 자손이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수정체 샘플과 대리모 기술로 종속을 이어간다.
처음에 브랜드 박사의 시구절은 "인류의 멸족을 막고 대다수의 인류를 지구의 위기로부터 구한다"는 대의로 읽혀 관객이 그의 뜻에 동조하고 공감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시구 속의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는 노인의 몸부림”은 다음 대를 위해 삶의 의지를 가르쳐주는 교훈으로 비춰지어 브랜드 박사의 계획들에 찬조하게 됩니다.
하지만 브랜드 박사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플랜A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박사는 플랜B가 원래부터의 자신의 원계획이었습니다.
블랙홀을 통과하면서 인듀어런스 호는 수신은 가능하지만 송신은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데 어쩌면 원래부터 돌아오지 못할 편도여행을 계획하고 플랜B 성공을 위한 브랜드 박사의 의도된 배수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같은 시이지만 딜런 토머스의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는 여기서 완전히 의미가 달라집니다.
브랜드 박사가 생각하는 시 속의 노인은 확고한 자신의 믿음체계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인 것입니다.
때론 자신의 본의에 반대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자신의 생각만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옳은 선택이라는 독단에 빠집니다.
시구는 이어집니다. “이제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길” 당신이 나를 저주하더라도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위해 묵묵히 계획하고 실행해나가며 인류의 존속을 위해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에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달라 그들을 속여야하는 경우가
(쿠퍼는 박사를 믿고 플랜A 미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플랜A가 아니었다면 쿠퍼는 합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있다 할지라도 자신의 대의 앞에서는 미안하지만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전체를 생각한다면 한 개인을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결국 인류를 구하는 것은 브랜드 박사의 플랜B가 아니라 끝까지 딸을 사랑했던 쿠퍼의 사랑의 힘과 의지로 묘사됩니다.
여기서 웨일스 출신의 시인 딜런 토머스 Dylan Thomas가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만든 시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전문을 올려봅니다.
나이가 들어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죽음과 치열하게 싸우길 바라는 아들의 마음이 나타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 속에 나오는 마지막 파도, 날아가는 해, 유성(블랙홀로 접어들 때 시공간으로 늘어나 보이는 천재들은 마치 유성같아 보인다)가 영화 속에 중요한 비주얼적인 요소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각본을 쓴 조나단, 크리스토퍼 놀란 형제에게 이 시가 많은 영감을 준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시를 보시면서 다시 한번 인터스텔라의 여운에 빠져보세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열을 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지혜로운 자들이 마지막의 순간에 어둠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될지라도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번개처럼 번쩍이는 것이 아니기에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에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그 덧없는 행적들이 푸른 바닷가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을 추었는지 한탄하며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날아가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자들은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섭섭히 해를 보내버린 걸 뒤늦게 알고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죽음이 가까운 이들은 눈을 멀게 하는 시야을 가지고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멀은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그리고 당신, 저 슬픔의 높이에 있는 내 아버지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이제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길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